06화. 5불여행자.

2014. 3. 3. 19:36지구별1박2일/🚴🏻‍♂️ 세계일주이야기



언제 떨어졌는지 텐트 위로 빗방울이 촉촉하게 녹아 있었다. 고요한 아침풍경과는 대조적으로 텐트 안은 초토화상태였다.

이 황량한 곳에서 누가 자전거를 훔쳐가겠는가. 하지만 이 미련한 여행자의 두뇌회전은 거기까지 미치지 못했다.

자전거까지 텐트 안에 처박아 두고 비좁게 한쪽에 쭈그리고 잤던 것이다. 덕분에 온몸이 뻐근했다. 

아무리 넉넉한 2.5인용 텐트라고는 하지만 자전거까지 들어간 텐트속은 비좁을 수밖에 없었다.






눈을 비비고 텐트밖으로 나서기도 전에 나를 마중한 것은 어린 꼬마 아이였다. 

텐트가 신기했던지 텐트 지퍼문을 열어놓자 그 앞에서 쪼그리고 앉아서 ‘히히~’ 하며 웃고 있었다. 

텐트 속 동물우리를 구경하고 있자니 신기하기도 했을 터였다. 과자 한 봉지를 뜯어서 나눠 먹으면서 잠시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피차 못 알아 듣을 이야기인데, 3살의 인생 이야기면 어떻고 30살의 인생 이야기면 어떠랴!





PART 1.  무작정 남쪽으로.



오늘은 이슬비를 쫄딱 맞고 달리게 생겼다. 

우비를 안 챙겨온 것이다. 

그런데 그보다 더 시급한 문제가 생겼다.

GPS가 무슨 이유에서인지 위성을 잡지 못하고 빌빌대면서 작동을 안하는 것이었다.



첫 날은 자전거. 

그리고 오늘은 GPS가 문제를 일으켰다. 

GPS + 구글어스 조합만 믿고 중국지도는 구하지 않고 나왔는데, 이런 일이 생기니 막막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걱정도 잠시일 뿐.


‘까짓 거 물어서, 물어서 가면 못 갈 것도 없잖아!’


긍정적인 것만큼은 내 최고의 장점이었다.



이제 내가 믿을 건 나침반 하나밖에 없었다. 

무작정 남쪽을 향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 생각에 이르자 나도 모르게 갑자기 키득이기 시작했다. 

군대에서의 일이 생각나서였다.


“자 여기가 우리의 현재 포인트다. 그리고 우리의 타격포인트는 여기!…  자 가져와봐!…”


두 포인트를 일직선을 쭉 긋는다!


“자 가자. 첨병! 길 확보해!”


그 이야기 듣고 꺄르르 웃었던 기억이 났다. 절벽이 나오건 낭떠러지가 나오건 일직선 그은 곳으로 갔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 내가 그와 다른바가 없다는 생각에 이르자 헛 웃음이 터져 나왔다.

지도 없이 어디로 향하는 길인지도 모른채 그저 남쪽을 향해서만 달리고 있으니 이처럼 웃긴 여행도 없겠다 싶었다.


물론 달리는 내내 GPS에 실낮같은 희망을 걸어보았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GPS는 하루종일 응답이 없었다.

 






드넓은 초원 위. 

그 끝이 지평선에 점 하나로 귀결되는 길고도 지루한 도로가 온 종일 계속 되었다. 

중국이라 그런지 스케일도 다르다 싶다. 



가끔씩 톨게이트라도 나오게 되면 어찌나 반갑던지... 

중국은 국도에도 톨게이트가 중간 중간에 자리 잡고 있었는데, 

톨게이트라면 우리에겐 고속도로에나 있는 것으로 익숙하지만 중국에서는 어렵지 않게 국도톨게이트도 발견할 수가 있었다. 










중국은 자전거도 고속도로도 진입을 할 수 있다는 말은 아마 이 톨게이트 때문에 혼동을 했던 것 때문일 것이다. 

물론 중국에서도 자전거는 절대 고속도로를 진입할 수 없다. 

하지만 국도의 톨게이트라면 당연히 통과가 가능하며, 4륜차를 제외하고는 특별히 요금징수 없이 통과 할 수가 있다.

오토바이나 자전거를 위한 맨 가장자리 통로를 통해 그냥 통과하면 되는 것이다.




넓은 평원에 감흥이 사라져 갈 때쯤 [동칸]이라는 작은 도시가 모습을 드러냈다. 

붐비는 차량과 오토바이들, 그리고 많은 인파들로 변한 환경에 적응이 안 되어서였는지 혼이 쏙 빠질 정도로 정신이 없었다. 

그 동안은 비교적으로 한산한 거리에서 자연 경치와 함께 달렸던 것이 중국의 전부였던 것 마냥 여기며 

작은 도시는 그와 그다지 다르지 않을거라 안심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하지만 현실은...

신호에 걸려 잠깐 멈춰서기라도 하면 도로는 수 많은 오토바이들과 자동차들로 빼곡히 메워졌고,

도로 위의 그 많은 자동차와 오토바이등, 수많은 인파는 큰 구경거리라도 생긴 듯 자전거 둘러싸며 진을 치기 시작했다.

적응되지 않을 정도로 너무 많은 인파들이 호기심에 부릅 뜬 눈으로 지켜보는 바람에 살짝 겁이 났다.


‘봉변이라도 당하는 거 아냐?’


그렇게 되자 난 그들이 폭도라도 되는 양, 질겁을 하고는 군중을 빠져와서 앞만 보고 달리기에 급급해 졌다. 

이런 풍경 속에서 마음의 여유가 자리 잡히려면 아무래도 한참은 걸릴 듯했다. 

여행중에 풀어야 할 하나의 숙제이기도 했다.



하여간 도시를 빠져나와 다시금 한적한 도로에 들어서고 나서야 긴장을 풀 수가 있었다.

덕분에 낮까지만 해도 지루하기 그지 없던 도로가 이제는 여유롭게 느껴졌다.

소리내어 노래 부르거나, 음악 또는 풍경에 취해서 한동안 달릴 수 있었다.













점심시간에 식사를 마친 식당에서 이유도 모르게 또 돈을 안 받겠다며, 좋은 마음을 보여준 분들을 만났지만, 그들의 삶도 그렇게 풍족하게 보이지는 않았다.

돈을 집어 던져 놓듯이 식탁 위에 올려두고 나오면서 그들의 마음만을 받겠다고 환하게 웃으며 급하게 작별인사를 하려 했지만,

그마저도 다시 주머니에 돌려 넣어주는 바람에 고마운 사람들과의 작은 해프닝까지 생겼다. 

그것까지 다시 꺼낼 수는 없어 그 고마움에 다시 한번 크게 웃어 보이며 정겨운 시장터의 사람들과 작별 인사를 했다.














여행한 지 며칠이나 지났다고 챙겨온 장갑을 그새 잃어버려 새로운 장갑도 하나 마련해야 했다. 

5위안의 저렴한 털 장갑이기는 했지만 지금의 내겐 그 정도면 충분했다.













그렇게 하루종일 풍경만 구경을 하며 여유롭게 달리는 사이 어느새 짙은 어둠이 내려 앉아 있었고, 난 작지 않은 한 도시에 들어서 있었다. 

그리고 도시를 벋어나지 못한 채 '후루릅~짭짭!!’ 국수 산매경에 빠져 있었다. 

어차피 많이 어두워졌기 때문에 더 달리는 것은 위험할 듯했고, 인근의 경찰서에서 하룻밤 캠핑을 부탁해 볼 요량이었다.




Tip 중국어 :

* 경찰 : 꽁안 [gōngān]

* 파출소 : 파이추수오[Pàichūsuǒ]

* 어디에 있습니까? : 짜이날? [zài nǎl]

파이추소 짜이날? : 파출소는 어디에 있습니까?


‘[그런데 경찰서가 어디에요]라고 물어볼 줄 아니?’ 

그래 그게 문제였다. 

내가 아는 단어라고는 [꽁안]이라는 단어 뿐.


‘대충 경찰이라고 이야기하면 경찰서 알려주겠지’라고 생각했다. 

참 마음 하나만큼은 편하게 산다. 

평생 스트레스가 없이도 난 참 잘 살 놈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포장마차 같은 식당을 빠져 나와서는 지나는 사람마다 붙잡고 길을 묻기 시작했다.


“꽁안~! 꽁안~!” + 손가락질 휙~! 휙~!



이렇게 손가락으로 어디를 가리키는 흉내를 내는 것으로, 의미가 전달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그건 나의 바람일 뿐이었다. 


아무도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채지 못했다. 

어떻게서든 설명을 해보기 위해 머리 위로 두 손 흔들며 "삐뽀~삐뽀” 라까지 해보았는데 

내가 무슨 일을 당했는지를 걱정하며 날 챙겨주려 하거나, 

병원에 데려다 주겠다는 사람까지 생겨날 지언정 경찰서로 알아들은 이는 하나도 없었다. 

아무래도 국수집 앞에서는 대화가 될 수 없을 듯 하였다. 우선은 이동을 해 보기로 하였다.




이제 여행 나흘 차.

벌써 숙박 시설을 이용한다면 내 여행의 목표들이 너무 빨리 틀어지는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더 달려보려고도 했지만 도시를 언제 벗어날 수 있는지도 알 수 없는 데에다, 안전도 책임질 수가 없어 오늘은 저렴한 여인숙 같은 곳이라도 들어가서 하루를 묵어야 할 것 같았다.




그렇다. 난 5불 여행자다. 

여행을 출발하기 전, 내가 가지고 있었던 총 여행 경비는 2,000만원 내외.

그리고 목표로 한 여행 기간은 5년. 어떻게 보면 이 숫자들은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숫자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불가능이란 시도하지 않는 자의 변명'쯤으로 생각하는 나에겐 이 숫자들이 도전해 볼만한 숫자들이었다.

더군다나 이미 하루 5불 생활로 방랑 중인 여행자들과, 5불 생활 방랑을 계획하고 있는 또 다른 많은 여행자들이 있기에 그것은 불가능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


‘누군가 가능하다면, 내게도 가능하다!’


그렇게 시작을 했다. 

그리고 내가 선택 한 방법은 ‘All Camping’ + ‘자전거’였다. 


사실 경비 때문만이라고는 할 수 없었다. 경비 때문이라면 여행 기간을 줄이면 될 터였다. 

그 보다는 오래 전 한국에서 자전거 일주를 마쳤을 때 그 여행이 주었던 즐거움과 스펙타클함 같은 것에 매료되었던 이유가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사실 난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여행에 그다지 흥미가 가지 않았다.

아직 젊어서 그럴수도 있겠지만, 도전하는 어드벤쳐 같은 여행이 내겐 더 흥미롭게 다가왔다. 

그리고 많은 복합적인 이유들이 섞여서 여행을 계획하다 보니 그에 맞게 짜 맞추어져 이제 나에겐 '5불 여행자’라는 흥미로운 목표가 생겼다.


어찌 되었건 이러한 이유에서 내겐 현 시점에서의 숙박시설 이용이 좀 사치스럽게 느껴졌다. 하지만 안전을 우선으로 해야겠다는 핑계를 앞세워 오늘은 숙소를 이용하기로 했다.






PART 2.  5불 여행자.


“아니에요 정말 받아두세요, 고마워서 드리는 거예요”


하지만 아주머니께서는 넣어드린 돈을 다시 꺼내서는 나의 주머니에 찔러 넣으시고는 “친절을 이런 식으로 무시해도 되는 거야?”라고 하는 듯 거꾸로 화를 내셨다.



Tip 중국의 숙박시설 :

1.반점 : 판디엔 饭店[fàndiàn] / 주점 : 지우디엔 酒店[jiǔdiàn]

보통 반점이라 함은 한국의 무궁화 3-5개짜리의 호텔을 말합니다. 1박에 20만원정도부터 6만원 정도 합니다. 


2.빈관 : 삔관 宾馆 [bīnguǎn])

빈관은 2-3성급 호텔입니다.. 1성급도 가끔씩 보이지만 보통 3성과 2성이 주를 이룹니다. 

가끔씩은 초대소 가격으로 머무를 수 도 있습니다. 아침밥이 나오는 곳도 있으며, 가격대는 보통 150원-300위안 정도로 한화 2만5천원-5만원 정도 합니다.


3.초대소 : 짜오다이수오 招待所 [zhāodàisuǒ])

초대소는 중국인들이 여행을 하면서 자주 들르는 곳입니다. 

시설이 우리나라의 여인숙 정도라고 보시면 됩니다. 가격은 보통 10-50위안 정도 합니다. 

초대소는 화장실이나 샤워시설을 공동으로 쓰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경우에는 방값이 더 쌉니다.


4. 여관 : 뤼이관 旅馆[lǚguǎn])

중국인들만 묵을 수 있습니다. 중국신분증이 있어야 숙박 가능합니다. 시설이 상당히 낙후한 편입니다. 5~10위안정도 합니다.


5.유스호스텔 : 칭니엔 짜오다이수오 青年招待所[qīngnián Zhāodàisuǒ])

중국에서도 큰 도시에는 유스호스텔이 있는 곳이 많습니다. 회원제 운영이기는 하나 비회원도 이용이 가능합니다


*환율 : 1위안 = 대략 175원 _  2014년 2월기준 . (당시 환율기준  1위안 = 195원정도였습니다.)



어둠은 깊어졌고 난 마땅한 숙소를 찾지 못해서 시내를 헤매고 있었다.

가격을 알아보고 다닌 대부분의 삔관(호텔)은 100위안 정도의 가격이었기에 엄두를 낼 수가 없었다. 

그러던 차에 오토바이 택시(오토바이 뒤에 승객용 좌석이 달린 트래일러를 연결시킨 택시) 여러 대가 길가에 주차를 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옳지! 저거다!’


어느 나라든 그 지역 지리와 사정에 가장 밝은 분들은 해당 지역 운송업을 하시는 분들이다. 

저분들에게 물어보면 어딘가 저렴한 숙소를 찾을 수 있겠다 싶었다.

오토바이 택시 한 대 옆으로 다가섰다. 

아저씨일거라는 생각과 다르게 아주머니 한분이 오토바이 안장 위에 앉아 계셔서 살짝 당황을 했지만,

왠지 이 아주머니는 도움을 뿌리치실 것 같지는 않았다.


하지만 역시 대화가 문제였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가방 속 깊숙히 들어 있던 작은 회화책을 꺼내들었다. 

그러나 내가 원하는 회화를 찾기란 힘들었다. 단지 빈관이라는 단어 하나만이 지금 내가 설명하려는 말과 가장 잘 들어맞을 뿐이었다.


“삔관 짜이날? (호텔은 어디에 있습니까?)” 


그러자 아주머니께서는 눈앞에 휘양찬란하게 빛나는 건물을 하나 가르키셨다. 

딱 보아도 저렴한 숙소와는 동 떨어져 보이는 호텔을 가르키셨다. 


“뿌스~ 뿌스~(아니에요, 저것 말고요…)”  


저렴한 호텔을 찾는다는 말을 전하기가 그렇게 힘든 것인 줄 몰랐다.  

하지만 가까스로 아주머니께 가격이 싼 여관을 찾는다는 뜻을 전달 할 수 있었고, 아주머니께서는 알아들었다는 사인을 주셨다.


“떵이샤 떵이샤~(잠깐만 기다려)"


그 자리에서 잠시 기다리라는 말과 함께 아주머니께서는 어디론가 쌩~하고 오토바이와 함께 달려가셨다가 돌아오기를 두어번 하셨고

20여분이 넘도록 그 자리에서 기라렸 것으로 비춰 여러 군데를 둘러보고 오신 듯했다.

돌아오신 아주머니께서는 50위안의 가장 저렴한 호텔 하나를 찾았다고 알려주셨다. 


“우쓰콰이마?(50위안이요?)


그 정도 가격이라면 한국에서는 무척 저렴한 가격이라고 생각을 했을 터였다. 

하지만 지금의 나로서는 결코 적지 않은 돈이었다. 

5불 여행자로서 정신무장이 단 며칠 만에 그렇게 철저히 이루어졌다는 게 참 신기할 정도였다. 


지금 내가 들어와 있는 도시는 양첸(Yangcheng). 

여기는 북경이나 상해처럼 대단히 큰 도시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보다 저렴한 숙소가 없다는 것인가'하는 생각에 의아해졌지만 정확히 이야기 하자면 나의 질문에 문제가 있었다.


내가 물었던 것은 빈관이었다. 그것은 우리 나라의 숙소로 따지자면 2~3성급 호텔을 이야기 하는 것이다. 

외국인 여행자에다가 호텔을 찾는다고 했으니 당연히 호텔 중에 저렴한 호텔을 묻는 것인 줄 알았을 것이지...

여인숙 같은 허름한 숙소를 찾는 것이라고 누가 생각을 했겠는가! 결국은 질문 자체가 잘못된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이 도시의 물가가 비싸서 그런것 인줄로만 이해해버렸다.

아주머니께 내 사정을 이해를 시켜드리기 위해 20위안을 보여드렸다.

그 안에서 밖에 해결할 수 밖에 없어 아쉽지만 그냥 떠나야겠다고 인사를 드렸다.

더 이상 붙들고 늘어지면 장사에 방해가 될 수가 있었기에 더 부탁을 하기에도 미안스러웠다.

하지만 그런 내가 안쓰러웠던 것이었을까?

아주머니는 잠깐 기다리라며 다시 한번 어딘가로 달려가셨다.

벌써 3번째였다.


허름하게 보이는 두툼한 점퍼차림에, 발목까지 올라오는 긴 털 장화.

두터운 목도리를 목에 감싸고 있었던 아주머니는 먼지에 휩싸인 도시에서 하루 흔적을 얼굴에 고스란히 새겨 놓은 것만 같았다.

웃지 않을 때는 조금 험상궂은 듯 보였지만, 가끔씩 수줍은 소녀처럼 웃음을 지을때에는 참 곱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결국 떠나기를 말리는 내 말을 채 다 듣기도 전에 아주머니는 어딘가를 향해 휙~ 달려갔다.

10여분 후 쯤 돌아온 아주머니는 환하게 웃으며 이야기를 전했다.


“얼스 우콰이. 크어이마? (25위안 어때)?” 


꼭 자신의 일인것 마냥 환하게 웃어 보이는 표정에서 진심에서 우러난 기쁨이 고스란히 베어났다.


“하오~하오~!(좋아요~!)”


나도 당연히 매우 만족스런 미소가 얼굴에 퍼졌다. 

사실은 아주머니께서 수고해주신 것 때문에라도 이번에는 아무런 변명 말고 추천해주시는 곳을 들어가야겠다고 결정을 했던 터였다.

그런데 가격까지 맘에 드니 나도 미소가 퍼지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주머니의 오토바이를 따라 10여분을 달려 도착한 건물 앞에서 아주머니는 같이 따라 들어서려는 나를 저지 시켰다.


“아직 따라 들어오지는 마! 니가 오면 더 비싸지니까!”


외국인을 대상으로 현지인의 물가보다 더 비싸게 가격을 부를까 봐 걱정이 되서 하시는 말씀 같았다.

그렇게 25 위안을 가지고 들어간 아주머니는 금방 되돌아왔다.

팔은 쭉뻗은 채 방키 하나를 두 손가락에 살짝 쥐고 흔들흔들~하며 걸음 걸이도 경쾌히 나왔다.



그때서야 날 위해 30분 가까이 여러 곳돌아 다니느라 영업도 못하게 한 것이 아닌가 하는 미안함이 스쳤다.

그래서 주머니에서 돈을 살짝 꺼내 웅켜쥐었다.


30위안.


아주머니의 고마운 마음에 비하면 그건 너무 적은 금액의 사례일터였다.

하지만 20위안짜리 방에서 자는 주제에 더 많이 드린다는 건 허세일 뿐이었다.

난 고맙다고 인사를 연신 뿜어 대며, 아주머니 주머니에 나의 손을 ‘쿡!’ 찔러 넣었다.

물론 손 안에 쥐어진 돈은 아주머니의 주머니에 남겨둔 채 빼냈다.



처음 아주머니는 그런 나의 행동이 당황스럽다는 표정을 지으시더니

주머니속의 돈을 보고는 내 행동을 이해하고 '아~' 하는 표정을 지으셨다.

그리고는 갑작스레 화를 버럭 내셨다.

아주머니의 3단 표정콤보였다.


“친절을 이런 식으로 무시해도 되는 거야?”


사실은 이건 고마운 마음에 건네는 돈이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날 돕는 동안 일을 못 한 것에 대한 사례로 당연히 받아 두어도 되는 돈이었다.



그렇게 생각함에도 불구하고 살짝 무안해진 난 머리를 긁적였다. 

아주머니께서는 얼굴의 화는 표정을 금새 지우고는 다시금 웃음을 보이시며, 괜찮다고 했다. 

그리고는 주머니에서 꺼낸 돈을 다시 두 손에 꼭 쥐어주셨다. 다시 건네 드렸다가는 더 정색하실 것만 같았다.



대신 사진 한장만 찍어달라고 요청을 드렸다.

잠깐 정색하실 때와 다르게 이번엔 손스레까지 치시며 수줍게 웃으셨다.

아주머니께서도 그것까지는 마다하지 않으셨다.



작별을 하기전 난 아주머니를 꼭 안아드렸다.

그리고는 다시 한 번 머리를 숙이며 고맙다고 인사를 몇번이고 드렸다.



그깟게 무에 대수냐는 듯 웃음 한 번 지어보이고는 손 한번 쓱~ 흔들고 떠나는 아주머니의 뒷모습이 자꾸 아른거렸다.

무언지 모를 뭉클한 이 행복감을 놓치지 않으려는 듯 난 숙소로 들어와서는 씻지도 않은 채, 침대에 드러누웠다. 

하얀 시멘트 천정을 촛점없이 바라보며 호주머니의 돈을 자꾸 만지작 만지작 거렸다.

이상하게 아주머니가 떠나갈 때의 그 웃음이 눈 앞에서 쉽게 지워지지가 않았다.



그들은 얼마나 가난한 것일까?


그리고 난 또 얼마나 가난한 것인가?

보이는 가난과 보이지 않는 가난 앞에서 난 한참을 생각했다.





6화 끝!